1977년 8월과 9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두 대의 보이저 탐사선(Voyager 1, 2)을 각각 발사하였습니다. 오늘은 지구 밖에 있는 나의 디지털 흔적, 우주로 간 데이터 이야기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인간의 메시지를 실은 첫 우주 데이터 – ‘보이저 골든 레코드’
이 우주선의 주요 임무는 태양계 외곽 행성들을 탐사하는 것이었지만, 그 속에는 지구 밖으로 전달된 인류 최초의 의도적인 '디지털 흔적'이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입니다.
골든 레코드는 금도금된 구리 음반으로, 외계 문명과의 소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레코드에는 지구상의 다양한 자연의 소리(천둥, 파도, 새소리 등), 55개의 언어로 된 인사말, 바흐·베토벤의 음악, 중국의 고악기 연주, 아프리카 타악기 리듬 등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의 심장 박동, 웃음소리, 아기의 울음소리 같은 생물학적 신호까지 포함되어 있어, 지구라는 행성과 그 안의 생명체의 존재를 가능한 한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미 디지털화된 미디어의 개념은 1970년대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지만, 음반에 담긴 정보는 일종의 아날로그-디지털 하이브리드 형태로, 당시 기술로 표현 가능한 인류의 흔적이었습니다. 이 레코드는 광대한 우주 공간을 떠돌며, 수십억 년 후에라도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와의 ‘우연한 조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이저 1호는 2012년에 태양권을 벗어나 성간 공간으로 진입했으며, 인류의 기록 중 물리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디지털 데이터 보관소’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위성과 함께 퍼져나가는 인간의 신호 – 스타링크와 위성 인터넷
오늘날의 우주는 더 이상 탐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인류는 우주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위성 데이터 통신이 존재합니다. 특히 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는 우주로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과 성격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스타링크는 전 지구적 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목표로 저궤도(LEO)에 수천 개의 소형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으며, 위성과 사용자 간 직접 통신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2025년 기준)까지 6,000기 이상의 위성이 궤도에 올려졌고, 수많은 데이터가 이들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수신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터넷 연결을 넘어서 ‘우주를 경유하는 인간의 디지털 생활’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의 외딴 오지에서 발생한 SNS 업로드, 화상 통화, 원격 회의, 센서 기반 데이터 전송 등이 모두 이 네트워크를 통해 우주로 이동한 후 다시 지구로 전송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전쟁이나 재난 등 지상 인프라가 마비된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인류의 '디지털 생존력'을 우주 차원으로 확장시킨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위성에 실려 전송되는 정보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내용이지만, 그 흐름 자체가 인간 사회의 새로운 형태의 흔적이자 미래의 우주 고고학자가 탐구하게 될 데이터 지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주의 ‘디지털 유산’을 바라보는 미래적 관점
보이저의 골든 레코드는 인류의 인위적 메시지를 담은 최초의 우주 기록물이었고, 스타링크는 의도하지 않은 채 일상적인 디지털 흔적을 대규모로 우주에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달이나 화성에 구축될 디지털 서버, 인공 지능이 우주 탐사선에 내장되어 데이터를 자동 분석·송신하는 기술, 혹은 광자 통신 기반의 초고속 우주 데이터 전송망 등이 구체화된다면, 우주는 단순한 정보의 통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일부로서 ‘디지털 흔적’을 남기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한편, 인류가 우주에 남기는 데이터에 대한 윤리적 고민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정보를 우주에 남겨야 하는가? 정보는 누구의 대표성을 띠는가? 타 문명과의 조우 시, 우리의 데이터는 어떻게 해석될까?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류 문명 전체의 자화상에 대한 성찰을 요구합니다.
또한 디지털 데이터는 그 물리적 형태가 보존되기 어렵고,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쉽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류가 ‘영구적 유산’을 남기고자 한다면, 기술적 보존성과 의미적 지속성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한 새로운 방식의 데이터 설계가 필요해질 것입니다.
현재도 민간 우주 기업과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우주 아카이브’, ‘우주 타임캡슐’ 등 다양한 이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DNA 저장 기술이나 나노 저장 기술을 이용한 초소형 고내구성 데이터칩을 우주선에 탑재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우주를 향한 디지털 자취가 ‘기술의 부산물’이 아니라, 의도된 문화적 기획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주로 향한 인간의 발걸음은 이제 단순한 물리적 탐험을 넘어, 디지털 존재감을 남기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보이저의 골든 레코드는 낭만적 상상의 산물로 출발했지만, 오늘날 위성과 함께 우주를 오가는 수많은 신호는 현실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미래의 누군가가 지구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 디지털 흔적을 마주한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로 해석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류는 더 이상 ‘지구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적 맥락 속에서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존재라는 점입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오늘 우리가 생성하고 전송하는 데이터 하나하나도 언젠가는 우주의 어딘가에 조용히 쌓여,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