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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소유할 수 있을까?” – 우주 부동산과 국제법의 경계 실험

by 정정비비 2025. 8. 6.

달 땅문서부터 우주 조약까지, 진짜 소유권은 존재할까? 오늘은 달은 소유할 수 있을까, 우주부동산과 국제법의 경계 실험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달은 소유할 수 있을까?” – 우주 부동산과 국제법의 경계 실험
“달은 소유할 수 있을까?” – 우주 부동산과 국제법의 경계 실험

 

달 땅문서의 실체: 우리는 무엇을 사고 있는가?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부동산'이 매물로 나와 있다면? 실제로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면 '달 토지' 혹은 '화성 땅'을 판매하는 다양한 웹사이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달의 몇 에이커를 단돈 몇 만 원에 살 수 있다”며 소위 ‘달 땅문서(Lunar Deed)’를 발행해준다. 선물용으로도, 로맨틱한 기념일 이벤트로도 활용되는 이 문서들은 정작 법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우선, 이러한 ‘달 땅 판매 사업’의 시작점은 미국의 한 민간인 ‘데니스 호프(Dennis Hope)’다. 그는 1980년대 초, 국제법상 달의 소유권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틈을 파고들어 자신이 달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행정관청에 ‘달 소유 신고서’를 제출했고, 거절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달의 일부 영토를 자신 소유로 간주했다. 그리고 이 권리를 바탕으로 ‘Lunar Embassy’라는 회사를 설립해 전 세계에 달의 땅을 팔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권리가 실제 법적 권한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달 땅문서는 어디까지나 기념품에 가까운 것으로, 실제 효력을 갖는 ‘재산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판매자들은 대부분 법적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작게 고지해두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동하기 쉽다. 선물로는 흥미로운 물건일 수 있어도, 진지하게 ‘미래의 부동산 투자’로 여기기엔 법적 기초가 매우 허약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주조약의 장벽: ‘달은 모두의 것’이라는 선언


국제사회는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우주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는 원칙을 세워왔다. 이를 대표하는 법이 바로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이다. 이 조약은 미국, 소련, 영국 등 당시 우주 강국들이 서명한 협약으로, 현재까지 110여 개국이 비준했다. 조약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주는 인류 전체의 공동 자산이며, 어떠한 국가도 특정 지역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달이나 다른 천체는 평화적 목적에 한해서만 이용될 수 있으며, 군사적 이용이나 독점적 소유는 금지된다.

국가들은 우주 탐사에 있어 서로 협력하며, 우주환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 조약은 ‘국가’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민간 기업이나 개인은 괜찮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조약 제6조는 비정부 주체의 우주 활동도 국가가 책임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민간기업이 달에 땅을 사거나 기지를 건설하려 해도, 해당 국가는 이를 국제조약에 맞게 감독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소유’ 개념을 성립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1979년에는 좀 더 구체적인 조약인 “달 협정(Moon Agreement)”이 등장한다. 이 협정은 달과 그 자원의 소유권은 어떤 주체에게도 귀속되지 않으며,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발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이 조약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우주강국이 참여하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의 기조는 분명하다. 달은 어느 한 주체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주 자원 개발과 미래의 소유권 논쟁


현실에서 달은 단지 낭만적인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발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중국 국가우주국(CNSA) 등은 모두 달에 기지를 건설하거나 자원을 채굴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달에는 헬륨-3, 희토류 등 귀중한 자원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며, 장기적으로는 인류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2020년대 들어 국제 우주 개발 규범에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이다. 이 협정은 달과 다른 천체에서의 협력적 활동을 위한 원칙을 담고 있으며, 현재 30여 개국이 서명했다. 하지만 이 협정은 ‘우주조약’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며, 자원 채굴을 허용하되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달의 토지를 실제로 소유하고 사고팔 수 있는 날이 올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법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우선, 달 토지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자원 채굴과 영토 점유 사이의 선을 어디서 그을 것인가?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등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영토 분쟁보다 훨씬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학자들은 향후 ‘우주 헌법’ 또는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주를 단순히 기술이나 경쟁의 대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 자산으로 관리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법적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달을 소유한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로망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상징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개척의 꿈일 수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현실적으로는 아직 ‘달 소유권’은 공허한 개념에 가깝다. 기념품처럼 판매되는 달 땅문서는 흥미로운 상징일 뿐,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논쟁을 통해 더 중요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인류는 공공 자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기술이 앞서가는 시대에 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달은 단지 우주의 돌덩이가 아니라, 미래의 윤리와 협력, 공존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해야 할 것은 땅이 아니라, 그 땅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책임과 상상력일지도 모른다.